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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풀빛연대
ㆍ작성일 2011-05-02 (월) 12:27
ㆍ홈페이지 http://gcnet.or.kr
ㆍ분 류 광화문 논 캠페인
ㆍ추천: 0  ㆍ조회: 9048      
ㆍIP: 116.xxx.30
문전옥답은 다 어디가고?
                                                                        문전옥답은 다 어디가고

                                                                                                                                                        유영초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대문과도 같은 상징성이 있다. 그래서 광화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든 귀를 쫑긋 세우고, 눈에 힘이 들어가며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광화문 현판을 원래의 형태로 복원한다고 했을 때도 논란이 있었고, 이는 또 한글논쟁을 비화되기도 하였다.
물론 애초에 광화문 광장이 조성될 때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고, 이후에 광장에서 치러졌던 여러 가지 행사들에 대해서 늘 입방아가 오르내렸다. 언젠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국제 스노보드 대회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또 최근에는 복원되었다는 현판에 금이 가서 엄청난 여론의 매를 맞아가면서 지금은 수리 중에 있는 모양이다. 이렇듯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심장부와 같은 상징적인 공간이어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논란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얼마 전에는 광화문에 논을 만들자는 종로구청장의 제안을 두고 여론의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신문의 보도 경향이 약간씩 다른데, 약간 보수적인 색채를 띤 신문의 경우 반대여론 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고, 어떤 신문의 경우 중립적인 보도를 취하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광화문의 논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는 것이지, 손바닥만한 그 땅뙈기에서 애시 당초 소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자들은 ‘한 해 쌀 5섬을 수확하기 위해 3억5000만원을 들여 광화문광장에 논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는 식으로 논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 인터넷 여론의 경우는 이런 제안을 일단은 전시행정으로 놓고 몰아붙이는 경향도 있었다. 심한 경우는 거의 4대강 삽질과 동격이라는 식으로 뭇매를 때리는 네티즌도 없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종로구청장이나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전제하에서 때리는 경우인 것 같다.
그렇지만 대체로 사람들의 생각도 그것이 아주 창의적인 것인지 황당한 것인지 아직은 긴가민가한 생각을 하고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어떻든 종로구청장이 제기한 광화문 논농사의 제안은 언론의 논란 이상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실, 대한민국의 그 많은 기름지고 찰진 문전옥답들이 얼마나 많이 도로로 아파트로 공장으로 또 투기적 개발로 사라지고 있는가? 그런 판국에 대한민국의 문전 광화문 앞에 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차라리 얼마나 신선한가.
논은 인류역사상 가장 자연친화적인 인공구조물이다. 예전에 창원에서 열렸던 람사르 총회에서도 ‘논습지결의안’을 채택할 만큼 논은 인간이 만든 가장 우수한 습지생태계이다. 또한 논은 인간이 자연에 설치한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논의 풍경과 역사를 가진 중국의 운남성에 있는 다락논이나 필리핀 바나웨의 다락논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골의 논 풍경만 보아도 마음의 배가 부르지 않은가?
최근에 도시민들 사이에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도시농업이나, 텃밭과 같은 농사에 대한 관심이 단지 쌀 몇 톨이나 상추 몇 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것을 나는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삶의 가장 원초적인 능력인 밥을 생산하는 능력을 잃어 가는 데에 대한 두려움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광화문의 논농사도 직업적 개념의 농업과는 거리가 있고 소출에 관한 문제는 절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광화문의 논은 지난 수천년 동안 자연과의 조화 속에 일구어 온 생태적 삶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며, 앞으로 새로운 문명을 이끌어나갈 우리의 기본에 대한 좌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작년 이맘 때, 나는 ‘논이 학교다’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밥과 생명이 함께하는 녹색의 땅, 논을 통해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함께 녹색의 지혜를 나누고, 도시민들에게도 쌀나무를 알게 하는 논학교야 말로 녹색 문화인이 되는 학교가 아닐까 싶다.”
서울의 중심이자 역사광장인 광화문 한복판에서 벼꽃이 피고 알곡이 여무는 그날을 기대한다고 했던 이 구청장의 바람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어차피 광화문 잔디광장은 펜스를 치고 막아놓은 조경용에 불과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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